앙헬레스 식당 방문기 9
조선시대 임금님들은 어떤 밥상을 받았을까요?
임금님 밥상을 수라라고 합니다.
보통 수라상은 12첩 반상인데 12첩이란 12가지 종류의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임금님의 밥상이 12첩인지라 일반 양반가에서는 9첩 반상까가 리미테이션이었죠. 12첩 반상에는 기본으로 올라가야 하는 밥과 국은 물론 신선로를 포함한 기본 반찬 5가지는 가지 수에 치지도 않습니다. 또한 밥은 흰 쌀밥과 팥 삶은 물로 지은 찹살밥 두 가지, 국도 미역국과 곰탕 두 가지가 올랐으니 말이 12첩이지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만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을 하루에 한 번 받아 먹으면 자기전 까지 속이 그득하겠지만, 임금님들은 이런 12첩 수라상을 아침 저녁으로 받는 것 외에 아침 일찍 먹는 초조반, 간단한 점심인 낮것상, 야참인 다담상 등 하루에 대 여섯 번의 상을 받았답니다. 말만 들어도 소화불량에 걸려 죽을 것 같습니다. 위장이 쉴 새 없이 항상 그득할 거 같으니까요.
하지만 임금님이 이 차려진 밥상의 음식을 몽땅 다 드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드시고 물리면 궁중에서 일하는 나인들이 그 상을 받아 식사를 했다고 하네요. 영화 <광해>에 보면 이를 모르는 바꿔쳐진 광대 이병헌이 수라상을 말끔히 비우는 장면에 당황해 하던 나인들이 등장하기도 하죠.
나랏님의 밥상이니 얼마나 맛난 산해진미가 올라올지 상상해 보십시오. 전국 각지에서 공물로 받은 특산물 등을 이용해 솜씨 좋은 요리사인 궁중 숙수가 한 상 가득 차려내는 수랏상.
여담이지만 메가히트 드라마 ‘대장금’은 판타지입니다. 궁중요리가 사가의 요리처럼 대충대충 단순한 것도 아니고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었고 게다가 임금님의 하루 다섯 번의 식사이외에도 툭하면 열리는 연회상도 준비해야 했고, 고위 벼슬아치들 집에 출장 요리도 하러 다녀야 했기 때문에 그 업무강도가 엄청났습니다. 남자들도 힘들어 나자빠지는 궁중의 주방 일을 여자가 하다니요.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는 서양의 요리사들의 모습도 다 남자들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정말 좋아하느 이영애님이 ‘신사임당’으로 돌아온다니 환영입니다. 저도 참 신사임당을 좋아라합니다. 몇 년전부터 ‘세종대왕’님보다 더 좋아졌다는...ㅎㅎ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임금님은 산해진미의 수라상을 받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기름진 음식들이 아니라 외려 담백한 음식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임금님이 받는 수라상에는 직접 전국을 돌아볼 수 없는 임금님이 각 고을의 특산물을 맛보며 그 고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인 뜻도 있었다죠. 후에 공납, 방납의 폐단으로 백성들의 삶이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애초에 수라는 백성들을 살피겠다는 애민정신이 반영된 특별한 밥상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대한 제국의 궁중에는 일제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집니다. 군대의 해산은 물론이요, 궁중의 연회를 담당하던 장학원에 소속의 나인들이 사가로 나가 기녀로 전향했으며, 왕실의 음식을 담당하던 숙수들도 궁궐을 떠나야 했습니다. 나인들과 숙수들을 받아들인 곳들 중 하나가 ‘요릿집’입니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은 음식 앞에서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시는 유한 계급들의 모습을 일제시대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 한 두 장면 정도 꼭 나오죠. 이러한 기생들과 요릿집 요리사들이 조선의 전통 예술과 궁중 음식이 끊이지 않게 전해온 숨은 공로자들 중 하나입니다. 역사의 비극 덕분에 돈만 있다면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궁중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요. 운좋게 가난 무지렁이로 살아온 제가 이런 12첩 정통 궁중요리 상을 받는다면 우선 그 푸짐함과 정성에 놀라게 되겠지요.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소위 코스 요리라고 해서 전채 요리부터 후식까지 단계별로 하나하나 나옵니다. 이런 것에 익숙하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그냥 한방에 확 차려주는 게 더 좋을 때가 더 많습니다. 동네 부자집 환갑 잔치처럼 한 상 확 차려주는 것이 제 정서에 맞나봅니다. 필리핀에 살며 이 나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의도치 않게 코스요리를 먹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방에서는 참 착실하게 빨리 되는 것부터 빨리빨리 해서 냅니다. 나는 시낭악에 시즐링 감바스를 부어 먹고 싶은데 시낭악 나오고 부코쉐이크가 나온 후에 시즐링 감바스가 인제야 나오려고 준비하죠. 한 두 요리를 시킬 때는 그래도 양반입니다. 요리 종류가 많아지면 주문 받은 것도 잊어버리기 다반사죠. 그리고 중간에 양이 모자라 더 시키면 일행들 식사 다 마치고 저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해 비해 한인식당은 양반입니다. 똑같은 필리핀 종업원들이니 한국 식당에 한국 아줌마들처럼 일인 다역을 하지는 못해도 사장님께서 자리지키시고 교육하시고 그러면 얼추 빠릿빠릿합니다.
집에서 한 두가지 반찬만 놓고 밥먹다 보면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을 받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러면 외식하러 가는 날이죠. 최근엔 이라는 고깃집에 자주 갑니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한식당답게 기본 상차림 꽤 잘나옵니다. 된장찌개, 계란찜 빼고도 대략 열 종류 정도의 반찬이 나옵니다.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만 하겠습니까만 메인으로 시킨 고기반찬에 제가 볼때는 12첩 반상 부럽지 않은 푸짐한 밑반찬이 깔리는 걸 보면 이제야 한 끼 제대로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한 점 먹으면 반찬이 없네요. 아마 재사용을 하지 않으시려 일부러 조금씩 주려니합니다. 모자라면 한식당 특유의 인심에 기대보는 거죠. 서슴지 않고 반찬 더 달라합니다. 그러면 여급들이 “원 모어 오더?”하고 물어봅니다. 원 모어 오더가 맞지만 계산서에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한식당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식사를- 아니 그보다 반주가 더 목적이지만-하러 이곳에 오면 한국사람 보다 필리피노나 백인 손님들이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음식이 특별히 더 필리핀화 되었거나 그렇지 않습니다만 외국손님이 많습니다. 이곳은 한식당 중에도 깔끔한 인테리어에 음식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환기가 안되어 고기굽는 냄새에 찌든 삼겹살집 들어가기 꺼려하는 분들도 이곳은 괜찮으실 겁니다. 실내에 있지만 덕트시설이 잘 되어있으니까요. 게다가 한식당 특유의 푸짐함과 사이드 디쉬의 무료리필의 매력이 있는 곳이니 외국인들에게도 입소문이 난 것이겠죠. 실은 저희 직장동료들과의 회식을 이곳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필리핀사람이 절반이고 절반은 외국인들인데 이 양반들... 사이드디쉬를 엄청 먹어대더군요. 제가 사장님한테 다 민망할 정도로...
저는 주로 지방 많은 삼겹살보다는 갈매기살을 주로 주문합니다. 주문하면 숯불이 들어오고 금세 고기와 마늘을 굽습니다. 제가 안 구워도 되고 환기도 잘 되니 제게는 언리밋 삼겹살집 보다 좋습니다. 둘이 2-3인분이면 적당히 많이 먹게 되니 비용도 거기서 거깁니다. 앞선 글에서 말한 어떤 집보다 정말 좋죠. 일단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다만 아쉬운 건, 손님이 많아서 시원한 물을 못 주실 때도 있고, 이집 밑반찬 중에 제 패이버릿 두부전을 까먹고 안 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집에 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 쫌생이에 짠돌이지만 이 식당에 가면 나올 때 제 테이블에서 고기를 굽고 시중을 들던 직원에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팁을 조금 찔러주고 옵니다.
“상다리 휘어지는“이라는 수식어를 생각하다 보니 뷔페를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네요
대학시절 한 6달동안 예식장 주차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뷔페라니~!!!
이 곳에서 일하며 과연 수없이 차려진 뷔페 음식을 맞이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이해야 하는 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30분 정도 인터넷검색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ㅎㅎ
그렇게 선발된 네이버 지식인들의 혼신의 답변을 모아 본전 뽑는 뷔페 수칙을 정리해봤습니다. 지금도 뷔페 식당에 가면 이 수칙들을 되새기며 위장 속에 차곡차곡 쌓습니다.
1. 음식을 가져오기 전에 어디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둘러본다.
2. 맛난 음식이 들어와 놀랄 주린 배를 위해 땃땃한 스프나 죽을 먼저 먹는다. (죽은 전복죽이 젤로 단가가 비싸다.)
3. 샐러드를 먹은 후에 생선이나 육류를 먹고, 차가운 음식을 먼저 뜨거운 음식을 나중에 먹는다.
4. 민물장어나 도가니같은 재료(비록 수입산이라도)를 이용해 만든 그 날의 스페셜 요리가 있다면 그것을 공략하라.
5. 접시에 음식으로 산을 쌓지 말고 음식을 조금씩 담아와 접시의 산을 쌓는다.
6. 초밥이나 김밥은 몇 점 먹어도 배부르다. 김밥은 김밥천국에서.
예식장 뷔페 음식이란게 거기서 거기죠. 여기 예식장이나 저기 예식장이나 메뉴나 맛이 비등비등. 이런 뷔페상을 점심으로 6달을 받다보니 나중에는 뷔페도 그냥 맨날맨날 똑같은 메뉴라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는 김밥만, 국수만 먹다가 결국에는 주방 이모님에게 부탁해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끓여달라고 해서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필리핀에도 좋은 뷔페식당들이 많습니다. 마닐라에 101, 바이킹, 푸드팩토리, 야끼믹스, 사이사끼 등등... 많이 가봤네요. 앙헬레스 살면서는 잘 안가게 되는 뷔페식당이지만, 얼마전에는 발리바고에 있는 ‘롱라이프 뷔페’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이 399(?) 398(?)페소이니 일반 한식당 음식보다 100페소 정도 비싸지만 언리밋이라는 장점이 뷔페에는 있지 않습니까? 발리바고쪽이라 그런지 한국사람은 거의 없고 주로 필리핀 현지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을 한식메뉴는 달달한 김치 한 가지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같이 간 필리핀 처자는 꽤 마음에 들어합니다. 입이 짧은 그녀가 종류별로 다양한 (제가 보기에는 2프로 부족하지만) 김밥과 롤을 엄청 먹었습니다. 만족했다네요. 저도 김밥으로치면 네 줄 다섯 줄 먹고 온 것 같습니다. 뷔페에 가면 김밥먹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은 날려버렸네요.
천사들이 사는 이곳은 김밥천국이 없으니까요.
한식당에서 100페소는 줘야 먹는 김밥을 엄청 먹고, 닭다리도 하나 뜯고 홍합도 먹고 후식도 먹고 왔다고 생각하니 본전은 뽑은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디너는 500페소 근처가격이라는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관심있는 분은 한번 다녀오시길 저는 제가 굽는 것은 영 좋아라하지 않아서 패스입니다.
관광객들을 잘 모르실 수 있겠지만 교민들 사이에서, 필리핀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식당 중에 하나가 아포마켓 근처에 타이거그릴입니다. 참 위치가 애매합니다. 큰 길가도 아니고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서브디비전 안 쪽으로 많이 그리고 구불구불 들어가야 나오는 식당입니다. 스테이크하우스로 보통 200페소 내외의 가격의 메뉴입니다.
티본 스테이크? - 참 귀엽게 나옵니다.
이 곳 다녀오신 분들 중에 이곳 칭찬하는 분들 많습니다. 맛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착합니다. 칭찬할만 합니다. 하지만 가성비란 말을 생각했을 때 칭찬입니다. 가격대 만족도 차원에서 좋은 거죠. 200페소 내고 200페소 대접 받고 올 수 있어 좋습니다. 필리핀 사람도 땅파서 장사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 가서 스테이크 둘 홍합하나 맥주 한병 음료수 하나 시키면 500페소 훌쩍 넘어가 버리죠.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1인당 200페소 정도는 지출하게 되죠.
그에 비해 앞서 말한 레스토랑의 반찬 값을 알라카트로 하나하나 주문할 때마다 낸다면, 깐띤에서 반찬하나 밥 한덩이 50-60페소를 받으니, 반찬 하나를 30-50페소로 계산하면 기본으로 깔리는 반찬만 300페소는 받아야겠네요. 우리가 흔히 필리핀 로컬 음식 음식 값이 싸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식당은 웬만한 것은 리필도 해주니 엄청 싼거죠.
제가 이렇게 식당을 까는 글을 연재하고 있어도 일정부분 한식당 사장님들에겐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필리핀 깡촌 시골에 살 때는 한식당을 가려면 몇 시간 씩을 차를 타고 갔어야 했으니까요. 그에 비해 앙헬레스는 한국 읍내 분위기 풀풀 풍기지 않습니까? 만약 이 동네 식당이 한 군데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갈 수 밖에 없지만 여기서는 그 식당이 아니더라도 좋은 대안들이 많거든요.
저같이 까대는 사람들이 있어도 비자문제로, 더미문제로 골치가 아프든지 간에도 식당을 열고 장사해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다들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셔서 한식당 어디를 들어가도 적어도 내가 내는 음식값 만큼은 대접받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시면 어떨까요.
AI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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