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모두 발의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 야당의원이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문제 삼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여권에서 야당 소속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에 대한 '맞불 탄핵'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여당 소속인 판탈레온 알바레스 하원의장은 로브레도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로브레도 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로브레도 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에는 작년 6월 말 새 정부 출범 때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척결 방식, 사형제 재도입 등 주요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로브레도 부통령에게 강력한 역공을 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바레스 의장은 지난 16일 두테르테 대통령 탄핵안이 야당의원에 의해 발의되자 로브레도 부통령의 배후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브레도 부통령은 이런 배후설을 부인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어 여야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알바레스 의장이 거론한 로브레도 부통령 탄핵 문제는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로브레도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고 서두른다"며 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하원의원 292명 가운데 90%가량이 친두테르테 진영으로 분류되고 있어 두테르테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로브레도 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면 손쉽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의원 3분 1 이상의 동의를 얻은 뒤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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