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총 쏘며 들이닥쳐 카지노 칩 탈취 테이블 방화로 36명 질식사, 50여명 부상 한국인 1명 사망·3명 경상…심장마비 추정 필리핀 호텔 카지노에서 무장 강도가 불을 질러 한국인 1명을 포함해 37명이 숨졌다. <에이피>(AP) 통신은 2일 새벽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공항과 공군기지 근처에 있는 ‘리조트 월드 마닐라’의 카지노에서 강도가 방화를 해 3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50여명은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국 외교부는 현장에서 한국인 1명이 숨지고 다른 한국인 3명이 경상을 입어 치료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사망자는 카지노와는 다른 층에 있다가 아래층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오자 대피해 있다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곳은 필리핀에서 가장 큰 리조트로 호텔만 4곳에 쇼핑과 유흥 시설도 갖춘 곳이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강도는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카지노에 들이닥쳐 텔레비전 화면에 소총을 쏘면서 휘발유 2ℓ가량을 게임 테이블과 카펫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어 카지노 칩 1억1300만페소(약 25억5천만원)어치를 탈취해 배낭에 넣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필리핀 경찰은 애초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소방관들이 현장에 진입해 유독가스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카지노 테이블과 카펫은 가연성이 높은 소재로 돼 있어 순식간에 불에 번지면서 게임장에 있던 36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질식과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했다. 강도는 범행 이후 리조트 단지의 호텔 구역으로 달아나 객실에서 침대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머리에는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앞서 그는 호텔 2층 주차장에 차를 대고 총을 꺼내 카지노로 들어섰으며, 경비원들한테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영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범인의 신원은 이날 오후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테러 감시 단체 ‘시테’는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된 필리핀인이 “우리의 외로운 늑대 병사들”이 이번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는 이슬람국가의 활동을 전파하는 여러 텔레그램 계정에 이슬람의 금기 행위를 하는 곳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남부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정부군이 이슬람국가 추종 무장세력 토벌전에 나서 양쪽에서 1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슬람국가가 무슬림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계엄령 전국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테러가 아니라 단순 강도·방화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범인이 테러리스트였다면 “카지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전부 총으로 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본영 김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797304.html#csidx77b58efa27e8c46892c2184a091fc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