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국내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 외국에서의 구속기간은 선고형량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42) 사건에서 이와 같이 밝히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24일 확정했다. 전씨는 2005년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2010년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전씨는 한국으로 귀국해 지난해 3월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1심 법원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 다음달 국회가 ‘외국에서 집행된 형의 집행’을 규정한 형법 7조를 개정하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전까지 형법에서는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집행 받은 경우 국내 재판에서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구금일수 만큼 형량을 줄일 수 있게 정했다. 하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가 이런 재량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를 결정했고, 이때 국회가 반드시 빼주도록 개정했다. 전씨는 항소심에서 개정된 내용이 자신에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확정 판결 전에 신체를 가두는 미결구금은 형법 7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헌재는 2009년 법관이 (국내) 미결구금 일수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형법 57조1항에 위헌을 결정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은 항소심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법 7조의 적용대상은 외국 법원의 유죄 판결에 의해 자유형이나 벌금형 등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제로 집행된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관 5명은 반대의견에서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은 판결 선고 전과 후라는 차이가 있을 뿐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