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치러진 필리핀 부통령선거 재검표가 2년 만인 2일 시작된다. 당시 26만3천473표 차로 낙선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61)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데 따른 수검표여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당시 여당 후보로 나서서 당선된 레니 로브레드 하원의원(53·여) 측의 매표 등 부정행위와 투표기 오작동 등으로 패배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했다. 대통령선거재판소(PET)를 둔 필리핀 대법원은 2일 2016년 부통령선거 재검표를 시작한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필리핀에서 PET의 재검표는 1987년 개헌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이전에도 4차례 이의신청이 있었지만 모두 기각됐다. 이번 재검표도 애초 올해 2월로 예정했다가 두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검표는 로브레드 현 부통령의 지역구였던 라마리네스 수르 주 등 마르코스 주니어가 부정행위가 가장 심각했다고 주장한 3개 주에 대해 이뤄진다. 우선 라마리네스 수르 주의 투표함 1천400개를 다시 개봉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5천418개 선거구의 투표 결과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경찰이 재검표장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서는 가운데 PET와 양측 캠프 관계자들이 재검표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고 언론의 접근은 차단된다. 마르코스 주니어 측은 재검표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성명에서 "2년을 기다려왔다"면서 "수검표를 통해 진짜 승자가 누구인지 결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브레드 부통령 측은 "2016년 선거에서 로브레드 부통령의 승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재검표를 통해 마르코스 주니어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1992년 하원의원, 1998∼2007년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 3연임, 2007년 하원의원을 거쳐 2010년 상원에 입성했다. 그는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부통령선거에서 발목이 잡혔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 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하고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4/02 10: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