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법무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인터넷 언론 ‘래플러(Rappler)’를 탈세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혀 언론 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필리핀 법무부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탈세 혐의와 관련해 래플러와, 그 대표이자 언론인인 마리아 레사를 기소할 충분한 사유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메나르도 게바라 법무장관은 다음주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당국은 래플러가 지난 2015년 채권을 매각해 조달한 1억6250만페소(약 34억5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래플러는 즉각 혐의를 부인했다. 래플러는 반박 성명을 내고 "(이번 기소는) 필리핀 정부를 불편하게 하는 보도를 막아 침묵하게 하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계속되고 있는 명백한 위협과 괴롭힘"이라며 "두테르테 정부가 래플러의 독립적이고 거침없는 보도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생각해보면 이 결정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비판했다. 래플러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사살하고 인권을 침해한 두테르테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언론이다. 필리핀 정부가 래플러에 조치를 취한 건 처음이 아니다.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1월 래플러가 2015년 외국계 회사 2곳에 채권을 매각한 것을 두고, 외국인의 필리핀 국내 언론 소유권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법인 등록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 래플러는 외국 회사들은 경영과 뉴스 운영에 의결권을 갖지 못하며, 필리핀인이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두테르테의 대변인은 "SEC의 결정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후 래플러가 미국인 소유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래플러가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며 래플러 기자의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국제언론인센터(ICFJ)는 법무부가 래플러에 탈세 혐의를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8일 레사 대표에게 국제 저널리즘 훈장을 수여했다. "ICFJ는 레사에 대해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유혈 전쟁에 주목한 유일한 언론인자이자 미디어 혁신자"라고 평가했다. 레사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두테르테는 기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비판적 보도에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등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 공격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을 싸잡아 저격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두테르테 정부의 ‘래플러 옥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 CNN은 "래플러를 탈세 혐의로 기소하려는 필리핀 법무부의 움직임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약팍한 위장술"이라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의 마틴 배런 편집장은 "(필리핀 정부의 움직임은) 세계에서 가장 용감한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도 "필리핀 정부가 기소 위협으로 언론 자유에 폭행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2/20181112006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