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탔던 ‘필리핀 명물’ 지프니 퇴출에 운전자들 울상 미군이 남겨둔 지프 차량에 화려한 문양 입힌 미니버스 차량 낡았고 난폭운전 탓 단계 퇴출…운전사 단체 행동 필리핀 ‘서민들의 발’이자 ‘도로의 왕’으로 불려 온 소형 버스 지프니가 단계적으로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소규모 운수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로이터> 통신은 “필리핀이 사랑하던, 저렴하지만 곧 망가질 것같은 지프니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는 기사를 통해 운수업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프니는 2차 대전 중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이 남겨두고 간 지프 차량에 종교적 구호나 별자리 문양, 가문의 이름 등을 적어 화려하게 꾸민 교통 수단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가 이달부터 15년이 넘은 지프니에 대해 운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지프니 운전사와 소규모 운수업자들은 졸지에 생계 수단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필리핀에서 지프니가 이용된 역사는 70년이 넘었다. 이 나라 명물로 불려 관광객들도 한 번씩은 이용하곤 한다. 2015년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프니를 타고 시민들을 만났다. 지프니를 타고 수도 마닐라에서 4㎞를 가는데 단돈 8페소(약 167원)밖에 들지 않는다. 가격은 싸지만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안전벨트도 없고, 승객들은 오로지 천장에 달린 손잡이에 의지해야 한다. 지프니가 뿜어내는 매연도 심각하다. 운전사가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다른 지프니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위험한 레이스’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다. 정부는 지난해 더 크고 깨끗하고 안전한, 전기같은 깨끗한 연료를 사용하는 현대식 지프니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프니 운전사들은 신식 지프니의 가격이 180만페소(3760만원)를 웃돌아 엄두도 못 낼만큼 비싸고, 정부 보조금은 턱없이 적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정부는 차량을 새로 구입해야하는 운전사들을 위해 차량 금액의 5%를 먼저 내면, 나머지 금액은 이자율 6%로 7년간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을 해주는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대중교통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의 이익만이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운수업체 피스톤의 대표인 조지 산 마테오는 “그들(정부)이 원하는 것은 운전사들을 쫓아내고 이 사업을 기업들이 인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난한 사업자들이 가진 지프니에 대해선 규제에 나서고,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새로운 차를 사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테오는 지난주 교통규제국 밖에서 운전사들의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 쪽에선 “대중교통 수단을 현대화하려는 작업”이라며 맞서고 있다. 마틴 델그라 국토 교통 사업권·규제위원회 의장은 “낡고 지저분한 지프니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며 “주행 안전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