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엘니뇨로 인한 가뭄 때문에 농작물 생산이 감소했지만 고기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축 생산은 늘어났다.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엘니뇨 현상으로 해수면 기온이 낮아지면 물 증발 속도가 늦어져 강수량이 감소한다. 가뭄이 길어지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가 부족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수력 발전소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에 전기공급이 어려워지고,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는 등 2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필리핀 통계청(PSA)은 올해 1분기 농업생산은 0.67% 증가에 그치고, 농작물 생산이 전체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1% 감소했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밝혔다. 엘니뇨로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작물 생산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PSA는 “쌀과 옥수수 생산이 각각 4.56%, 2.07%씩 감소했다”며 “바나나, 파인애플, 커피, 망고, 담배, 마늘 등 생산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쌀 생산량은 올해 441만 톤으로 전년동기(462만 톤)보다 21만 톤 감소했고, 옥수수 생산량은 242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7만 톤에서 5만 톤 줄었다. 반면에 호텔과 레스토랑 등 외식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기 소비가 늘어나 가축과 가금류 생산은 증가했다. PSA는 “가축과 가금류 생산은 각각 1.25%, 5.41%씩 증가했다”며 “전체농업생산에서 가축과 가금류 생산은 33.75%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인 비즈니스 미러는 최근 필리핀 경제가 성장하고,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고기소비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올해 2분기는 엘니뇨가 약화되면서 필리핀의 농작물 생산은 회복될 전망이다. 로엘라노 브리오네스 필리핀 개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분기 동안 엘니뇨로 인한 피해는 농작물에 집중됐다”며 “올해 2분기는 엘니뇨 효과가 약화되면서 농작물 생산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쌀과 옥수수 외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수도 공급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세계은행은 엘니뇨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 식료품 가격 상승, 빈곤층 증가 등을 우려해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6.5%에서 6.4%로 0.1% 하향조정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