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필리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31일(이하 현지시간) 필리핀 경제매체 비즈니스월드에 따르면 벤자민 디오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1분기 기준금리를 연 0.25%p 인하하는 결정을 고려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총 기준금리를 연 0.50%p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필리핀 중앙은행은 내달 6일과 오는 3월 19일 통화정책 이사회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이유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9%를 기록해 8년 만에 가장 낮았고, 당초 정부의 목표치였던 6~6.5%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65㎞ 떨어진 탈 화산이 폭발한 탓에 바탕가스 등 인근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확산돼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디오크노 총재는 석유와 식료품 물가가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추이를 주목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도 예의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1.50~1.75%로 동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는 일부 전망이 나왔고, 글로벌 금융기업인 UBS는 세 차례 인하를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주요한 변수다. 다만 디오크노 총재는 탈 화산과 ‘우한폐렴’ 사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국가 전체 경제가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중국과 달리 필리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디오크노 총재는 “탈 화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규모는 43억~67억 페소(한화 약 1003억~1563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전체 경제규모에 비하면 그다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다만 화산에 직접 피해를 입은 칼라바르손 지방은 1분기 경제가 약간 나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