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8년 전의 일입니다.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이 필리핀 출신 귀화 여성 이자스민 씨를 비례대표로 영입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참 당시 한국관광공사 사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이주여성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난무했고 귀화 한국인임에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의 혐오가 쏟아지고 있었지요. 독일 출신의 귀화 한국인인 그가, 국적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TV로 얼굴을 알리고 공기업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이 전 사장은 외국인임에도 차별보다는 ‘프리미엄’을 누렸습니다. 피부색과 출신 국가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외국인 차별, 즉 ‘GDP 차별’의 결과입니다. 스스로 혜택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도,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기업 사장이라면 이런 차별에 대해 마땅히 할 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는 물론이고, ‘몇 마디 코멘트라도 달라’는 부탁마저 거절당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민간단체를 앞세워 환대 캠페인을 벌여 왔습니다. 여행자들이 친절하게 대접받은 나라에 호감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외화 획득이 국가적 과제이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모든 국민의 공동 목표는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캠페인보다는 외국인에 대한 ‘GDP 차별’의 시선을 바꿔나가는 게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심지어 제노포비아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를 복기해봅니다. 당시 일본의 일부 네티즌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류 공연단 입국을 불허했고, 특급호텔이 투숙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극히 일부의 일이었습니다. 많은 국가가 우리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메르스 사태의 와중에 ‘한국인 관광객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필리핀관광청이었습니다. 당시 필리핀관광청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영향받은 모든 한국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며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해 전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태풍으로 실의에 빠진 필리핀 국민에게 한국의 도움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원문: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2120103371204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