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년 9월 필리핀에서 벌어진 한국인 사업가 청부살인 사건의 교사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1심이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9년을 선고받은 권모씨(55·여)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에 항소장을 냈다.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56)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2015년 9월17일 필리핀 앙헬레스시티에서 발생했다. 당시 앙헬레스시티 소재 한 호텔의 박모씨(당시 60세)의 사무실에 필리핀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이 찾아왔다. “Who is Mr. Park?”(미스터 박이 누구냐?). 그의 물음에 박씨가 자신이라고 대답하자 갑작스러운 총격이 시작됐다. 목과 옆구리에 5발의 총을 맞은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킬러에게 살인을 교사한 장본인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권씨와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 투자자 김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 초기에는 자신에게 깍듯했으나,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모욕적인 언사를 해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친하게 지내던, 당시 식당을 운영했던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권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와 권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12년을 구형했는데,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됐다. 1심은 “권씨, 권씨의 조카 등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권씨가 김씨로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킬러 고용을 부탁받았다”며 “권씨가 독자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실제 살인을 한 일명 ‘건맨’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피고인에게 살해 전날 살해 모의 계획이 전달됐고 전달된 일시에 피해자가 살해된 점, 킬러가 권씨 식당으로 찾아왔고 인상착의와 신체적 특징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자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 등을 보면 피해자는 시청 공무원인 현지인이 고용한 킬러에 의해 살해된 점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