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고니'로 물난리 발생한 필리핀 북부 (사진=연합뉴스/AP)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제19호 태풍 ‘고니’가 필리핀을 강타한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전문매체 아세안포스트 등에 따르면 필리핀 정보통신기술(IT)업체 테크퍼포먼스코퍼레이션의 대표이자 정치국제관계학 전문가인 안나 로사리오 말린독 우이 교수는 주민들이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필리핀 네티즌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지난달 29일 ‘고니’의 영향권에 들었으며, 각각 20명, 165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2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태풍을 피해 임시 대피소로 향했으며, 도로에 주차된 차량들은 물론 화물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로에는 물이 넘쳐 차량들이 지나가지 못하고 있고,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긴 지역은 각각 약 151곳, 85곳에 달해 지금도 주민들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농업과 인프라 피해규모는 각각 약 1억7430만 달러, 6010만 달러로 추산되며, 파손된 집이나 도로 등을 다시 복구하려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렇게 커지자 필리핀 네티즌들은 태풍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태풍 피해 첫날 긴급사태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언론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필리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대통령은 어딨나’ 해쉬태그가 확산됐고, 이들은 정부가 태풍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태풍이 발생하기 직전 고인이 된 가족들을 위해 매년 11월 2일 열리는 위령의 날(기독교에서 성인들을 기리는 날)을 맞이해 다바오 시티를 방문한 탓에 대통령궁이 위치한 수도 마닐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자신도 대통령궁으로 돌아가지 못하면서 자리에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실 필리핀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로 '컨트롤 타워'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멍청이들은 내가 자리를 비웠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그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태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마닐라에 있든 다바오에 있든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직 필리핀 법무차관을 지낸 플로린 힐베이 변호사는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태풍을 멈추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가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https://www.asiatime.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5185184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