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도둑을 잡아라.


<p>이 이야기는 약 6년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p> <p>당시 저희 집에 초등생,중고등생, 유학생이 10여명 정도 지내고 있었습니다.</p> <p>아이들이 많다보니 매달 생일을 맞는 일이 한두번씩은 꼭 있었지요.</p> <p>&nbsp;</p> <p>아이들 생일이 돌아올때마다 저녁 식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생일파티가</p> <p>벌어졌습니다. &nbsp;그런데 아침에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반드시 미역국을 끓여서 먹였답니다.</p> <p>그래야 한국인다운 생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웃지못할 사건들이 발생하는데...</p> <p>&nbsp;</p> <p>아이들이 아침일찍 학교에 등교하기 때문에 저녁에 미리 미역국을 큰 남비에 끓여서</p> <p>식힌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아침에 데워서 학교가기전에 한그릇씩 먹여서 보내곤 했지요.</p> <p>사건이 터지던 그날도, 아침에 미역국을 데우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오 마이 갓,,</p> <p>&nbsp;</p> <p>큰 남비로 하나가득 끓여 놓은 미역국이 1/3정도밖에 없는거였어요.</p> <p>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nbsp;뭐야 이게... 남비에 구멍이 났나?? 왜 이거밖에 없지..</p> <p>분명히 남비에 하나가득 끓여놓고 잤는데... (의문은 나중에 풀기로 하고 급하게 다시끓임)</p> <p>&nbsp;</p> <p>일단 급하게 미역국을 끓여서 아이들 아침을 먹인후 학교에 등교 시키고 나서는...</p> <p>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냉장고를 만질만한 사람들부터 조사를 해 들어갔지요.</p> <p>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몆사람(어른들)은 조사결과 혐의없음,, 으로 판명되었어요.</p> <p>&nbsp;</p> <p>그렇다면 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이 돌아오면 확인을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일단은 수사보류,,</p> <p>오후 4~5시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들한테 물어봐 봤자 뻔한 대답이겠지만</p> <p>일단 미역국 도둑을 잡으려면 한명 한명 이야기를 해보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물어봅니다.</p> <p>&nbsp;</p> <p>아이들은 하나같이 몰라요. 과자나,빵이라던가, 뭐 그런것도 아닌데 미역국을 우리가 왜 먹겠어요.&nbsp;</p> <p>하면서 지들끼리 누가 이모가 끓여 놓은 미역국을 먹었을까?? 하면서 아이들도 궁금해합니다.</p> <p>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우리집에서 일하던 3명의 헬퍼님들은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p> <p>&nbsp;</p> <p>미역국은 한국 음식이었고 헬퍼님들에게 먹으라고 줘도 입에 맞지않아 먹지 않을거라 생각했기</p> <p>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실마리는 헬퍼님들한테서 풀리기 시작했어요.</p> <p>당시 하이스쿨에 다니고 있던 우리집 큰딸아이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p> <p>&nbsp;</p> <p>저번에 아무개 생일날에 끓였던 미역국을 우리가 먹고 조금 남았는데 그것을 헬퍼님들이</p> <p>설거지 하기전에 &nbsp;나눠서 훌훌 마시는걸 본적이 있다는 큰딸의 증언은 그야말로 사건의</p> <p>실마리를 풀수있는 큰 단서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결정적 증거 제공)</p> <p>&nbsp;</p> <p>그날 저녁 식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복이,오뎅국,피자,후라이드치킨,콜라,망고,파인애플에</p> <p>마지막으로 케익까지 한조각씩 먹고는 저녁식사가 끝이 났습니다. (생일파티 끝)</p> <p>아이들은 서로서로 선물한 생일선물 내용을 궁금해 하며 거실 쇼파에 앉아 선물을 개봉하고</p> <p>&nbsp;</p> <p>있었고(그러느라 거실은 시끌벅적) 우리 헬퍼님들은 설거지 마무리 작전에 들어갔는데...</p> <p>그릇이 정말 많네요. 아이들이 많았던지라... 저는 설거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드랬지요.</p> <p>그리고 큰딸의 증언에 힌트를 얻어서 미역국 남은것을 일부러 저녁상 한쪽에 국자와 함께</p> <p>&nbsp;</p> <p>놔 뒀드랬습니다. 아이들한테 저녁식사 시간에 미역국 먹을사람은 먹어라... 말을 해 놓고서..</p> <p>당연히 안먹을거라는 확신은 99% 였지요. 아이들이 떡복이,피자,치킨,오뎅국,콜라,케익 등등이</p> <p>있는데 미역국을 먹을리 없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기에..(범인을 잡기위한 떡밥 미끼용)</p> <p>&nbsp;</p> <p>아이들이 선물을 하나하나 뜯으면서 웃고 떠들고 하는 소리에 헬퍼님들이 설거지 하는</p> <p>물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어요. 저는 아이들이 떠들고 있는 한쪽켠에 앉아서 아이들을 구경하는척</p> <p>하며 계속 주방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젠 설거지가 거의 끝나갑니다.</p> <p>&nbsp;</p> <p>헬퍼님들이 마무리를 하는지 바쁘게 왔다갔다 합니다. 이윽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밖에 쓰레기통에</p> <p>버리고 들어옵니다. 참고로 저희집 룰은 &nbsp;항상 뷔페식으로 식사를 하기때문에 남은 음식물은</p> <p>락앤락 통에 담아서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면 저의 와이프가 냉장고에 정리정돈을 하면서</p> <p>&nbsp;</p> <p>헬퍼님들 먹으라고 챙겨주는 것도 있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p> <p>자... 이제부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려고 합니다. 항상 해왔던 것처럼 다른 음식들은 락앤락</p> <p>통에 담아서 식탁위에 하나하나 잘 정리해 놓습니다.</p> <p>&nbsp;</p> <p>그런데 한 헬퍼님이 자기네들끼리 따갈로그어로 뭐라뭐라(따갈따갈) 하더니 미역국이 들어있는</p> <p>남비를 들고 어디론가 &nbsp;쫑쫑쫑쫑 &gt;&gt;&gt;&gt;&gt;&gt; 헬퍼님들이 잠자는 방으로 갑니다.</p> <p>저는 일부러 못본척, 아니 안본척 하면서 마스터룸으로 걸어가서 와이프에게 범인이 곧 잡힐것 같다.</p> <p>&nbsp;</p> <p>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짧게 설명을 하고는 와이프와 함께 헬퍼님들의 방으로</p> <p>살짝쿵 다가갔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니.... 저녁 일과를 마친 우리집 헬퍼님 세분이서</p> <p>국사발에 미역국을 똑같이 나눠서 들이 마시고 있었습니다. (거의 흡입수준이었음) 오 마이 갓,,</p> <p>&nbsp;</p> <p>그러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인 와이프가 먼저 헬퍼님들 방에 들어갔고 저도 뒤 따라서 들어갔습니다.</p> <p>딱 걸렸어... 그럼 아주 그냥 &nbsp;지대로 딱 걸렸어,, &nbsp;우리와이프 &gt;&gt;&gt; 지금 뭐하냐???</p> <p>세분의 헬퍼님들 미역국을 입에 머금고는 맘... 하면서 얼굴 빨개졌다네... 이를 어쩌나..</p> <p>&nbsp;</p> <p>너희들 어젯밤에도 냉장고 있던 미역국 이렇게 가져다 마셨니 ??? 두명의 헬퍼님은 고개를</p> <p>좌우로 저으며 아니라고 거짓을 고하고 있는데... 한명의 헬퍼님이 바로 예스맘,, 하면서</p> <p>이실직고를 합니다. 사건종결,, 하하하 나머지 두명의 헬퍼님도 옆에 한명의 헬퍼님이 곧바로</p> <p>&nbsp;</p> <p>실토를 하니까, 별수 없었는지 쏘리 맘,, 하면서 곧바로 저 자세 모드로 돌입합니다.</p> <p>이나라 사람들 연기 수준은 정말 수준급 이라는걸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터라...</p> <p>뭐.. 자기들이 먹었다고 다 실토를 했으니 더이상 뭐라 야단을 칠수도 없더라구요.</p> <p>&nbsp;</p> <p>그리고 훔쳐 먹은게 생선,고기도 아니고 미역국 이었기에...</p> <p>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왜 하필이면 한국인들 생일날 꼭 먹어야 하는 미역국을 갖다 먹었냐?</p> <p>그랬더니 헬퍼님들 하는말... 맘.. 이거 정말 맛있어요. 마라미 마라믹 마사랍 이랍니다.</p> <p>&nbsp;</p> <p>1년내내 이거만 먹었으면 좋겠답니다. &nbsp;그렇게 말을 하는데.. 더이상 뭐라고 말을 못하겠더군요.</p> <p>그래서 간단히 주의만 주고 끝냈어요. 이런식으로 훔쳐서 몰래 먹는건 절대 하지말라고 하면서</p> <p>어서 먹던거 마져 먹으라고 해 놓고는 와이프와 함께 헬퍼님들 방에서 나왔답니다.</p> <p>&nbsp;</p> <p>마스터룸으로 걸어오면서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언제 우리헬퍼님들 미역국 한번 맛나게</p> <p>쇠고기 많이 넣고 양 많이 끓여서 실컷한번 먹여야 겠다고...(진짜 3명 모두 착하고 일을 잘했거든요)</p> <p>그리고 얼마 후에 헬퍼님들을 위해 미역국을 아주 맛나게 끓여서 실컷 먹였지요. (이날은 대박났구요)</p> <p>&nbsp;</p> <p>그 이후로는 우리집에서는 미역국 도둑은 사라졌답니다.(생일때마다 많이 끓여서 헬퍼님들까지 먹였음)</p> <p>필리핀 헬퍼님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미역국을 정말 좋아합니다.</p> <p>쇠고기 넣고 끓인 구수한 미역국이 너무 맛나다 보니까, 훔쳐서라도 먹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p> <p>&nbsp;</p> <p>맛이 좋은가 봅니다. (저의 와이프가 또 한 미역국 하거든요)</p> <p>여러 회원님들께서도 미역국 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p> <p>다른 반찬거리도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특히</p> <p>신경써서 주의깊게 잘 보셔야 해요.</p> <p>&nbsp;</p> <p>없이 살다보니 맛있는 음식만 보면 주인몰래 먹는 경우가 많답니다.</p> <p>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이런일들이 습관화 되면 나중엔 주인들은 먹을게 없게됩니다.</p> <p>자기네들이 다 먹어버리니까요. 그러니까 음식물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p> <p>&nbsp;</p> <p>저는 미역국 도둑을 이렇게 잡았답니다.</p> <p>지금까지 미역국 도둑을 잡아라. (경험담이었습니다)</p> <p>회원님들 모두 좋은밤 되시기 바랍니다.</p> <p>&nbsp;</p> <p>&nbsp;</p> <p>&nbsp;</p> <p>&nbsp;</p>

Comment List

<p>재밌네요~ ㅋㅋㅋ</p>

<p>@ 심연의자 님에게...그저 먹는거라면 빠지질않아요^^</p>

<p>필리핀 분들 김 .미역 싫어하는 사람 많던데..</p> <p>이렇게 미역국을 좋아한다는 말은 조금 신기하네요</p>

메리크리스마스~~~

<p>미역국 먹어본 필리핀 사람들 모두 맛있다고 합니다.&nbsp;</p>

<p>저희 집 헬퍼도 미역국 무지 좋아하고 그리고 맛있게 잘 만듭니다.</p>

<p>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p>

<p>마무리가 훈훈한게 한국식 정이 느껴집니다.</p> <p>&nbsp;</p> <p>좋은 글 감사합니다. &nbsp;</p>

<p>하하하 재밌네요</p>

<p>ㅋ ㅋ ㅋ 글읽는데 피식~ 흐믓하네요.. 즐겁게 사시는 것같아 보기 좋네요.. 항상 행복하세요,...</p>

Post List

Forum: post_id: freetalk, category: 경험담, page: 18

Page18of57, total posts: 2270